우리 아이 성향, 부모가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아이 성향을 파악하세요”

육아와 교육 관련 책이나 강의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어요.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양육하세요.” 그런데 막상 아이를 직접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 말이 그리 쉬운 말은 아니죠. 성향이라는 건 성격이나 기질과 비슷한 개념 같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오늘은 밝고 활발했다가 내일은 조용히 있고 싶어 하기도 하니 혼란스럽기도 해요. 그래서 많은 부모가 성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다가 “내 아이 성향을 잘 모르겠다”는 막연한 고민 속에 머물러버려요. 그런데 사실 아이의 성향을 읽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관찰의 자세’에서 시작돼요. 말보다는 행동을, 결과보다는 반응을 바라보는 태도만 바꿔도 훨씬 자연스럽게 아이의 기질과 성향이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아이의 ‘선택’을 지켜보면 성향이 보인다.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해요. 어떤 장난감을 먼저 집는지, 사람들 속에서 있는 걸 좋아하는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지를 보면 아이가 어떤 상황에 편안함을 느끼는지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미술놀이를 할 때 붓이나 색연필을 고르는 아이와 손으로 물감을 직접 만지고 벽에 그리는 아이는 분명 표현 성향이 달라요. 전자는 구조적이고 예측 가능한 걸 좋아할 가능성이 높고, 후자는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표현에 즐거움을 느낄 확률이 크죠. 또, 아이가 놀이 중 새로운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보는지를 보면 창의적 탐색 기질이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정해진 순서를 계속 지키려 하는 모습을 보면 질서 중심적 성향이 보이기도 해요. 중요한 건 부모가 직접 뭘 시키거나 물어보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때의 패턴'을 가만히 바라보는 거예요.

아이의 ‘불편해하는 순간’에 힌트가 있다.

성향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요. 오히려 아이가 불편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을 통해 더 명확히 나타날 때가 많아요. 어떤 아이는 시끄러운 공간에서 쉽게 짜증을 내고, 어떤 아이는 낯선 환경에 금세 긴장하거나 몸을 움츠려요. 반대로 친구들이 갑자기 많이 몰리면 기뻐하는 아이도 있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는 아이도 있어요. 이때 부모가 “왜 저렇게 반응하지?”가 아니라, “어떤 자극이 아이에게 부담이 되었을까?”라는 시선으로 접근하면 성향이 보이기 시작해요. 예를 들어 감각에 예민한 아이라면 밝은 조명, 옷의 질감, 시끄러운 소리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고, 기질적으로 조심스러운 아이라면 새로운 사람과의 대면 자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건 아이가 의도해서 그런 게 아니라, 기질적인 반응이에요.

아이의 말보다 ‘놀이 방식’을 살펴보면 성향이 드러난다.

말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래서 성향을 파악할 때는 놀이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에요. 아이가 놀이를 통해 보여주는 태도는 매우 진실하거든요. 예를 들어 같은 블록 놀이를 해도, 어떤 아이는 높이 쌓는 데 집중하고, 어떤 아이는 집이나 공간을 구성하며 몰입해요. 전자는 성취 중심, 후자는 구조 중심의 성향일 수 있어요. 또, 어떤 아이는 블록을 마구 부수며 소리와 파괴감을 즐기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건 감각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일 수 있어요. 역할놀이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주도적으로 대사를 이끌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아이는 표현 욕구가 강한 성향이고, 조용히 관찰하며 반응 위주로 따라가는 아이는 내향적인 분석형일 수 있어요. 이런 놀이 속 성향은 교사가 아니라 부모가 오히려 더 잘 파악할 수 있어요. 아이가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놀고 있는 그 순간이 바로 성향을 가장 또렷이 보여주는 장면이니까요.

“틀리게 반응해도 괜찮다”는 신호가 성향을 드러낸다.

부모가 아이 성향을 알아차리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건, 아이가 부모의 기대에 맞춰 반응하지 않을 때 그 모습이야말로 진짜 성향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아이는 무의식적으로도 ‘지금 이 행동이 허용되는지’에 따라 본래 기질을 숨기기도 해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틀리게 해도 괜찮아”라는 신호를 자주 받은 아이는 점점 자기다운 반응을 드러내요. 예를 들어 낯선 사람 앞에서 무조건 웃거나 말 잘하는 아이가 늘 외향적인 건 아닐 수 있어요. 오히려 사회적으로 훈련된 반응일 수도 있죠. 성향은 ‘가장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보이는 반응’에서 시작돼요. 그래서 부모가 아이를 편하게 해줄수록, 아이는 점점 더 진짜 성향을 드러내요. 완벽하게 읽을 수는 없어도, 일관되게 반응하는 패턴은 반드시 있어요.

성향을 읽는 가장 좋은 도구는 “질문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왜 그렇게 했어?”, “무슨 생각이었어?”라고 질문하곤 해요. 물론 아이와 대화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성향은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커요. 그래서 질문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그저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에요. 아이가 불안해할 때는 그 불안을 지적하기보다 ‘그래, 그런 느낌 들 수 있어’ 하고 인정해주는 태도, 아이가 갑자기 감정을 폭발할 때는 ‘이해 안 돼’가 아니라 ‘이 아이에겐 감정 조절이 어려운 순간이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해요.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도 자기 성향을 감추지 않게 되고, 부모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기질과 감정 흐름을 읽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빨리 알아채는 게 아니라, 천천히 기다리며 받아들이는 힘이에요. 그게 아이 성향을 읽는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에요.

 

다음 글에는 아이 성향별 적합한 예술 놀이에 대해서 알아보고 다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