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감정, 배려… 예술 속에서 자라는 진짜 능력들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건 확실하게 표현하는 아이. 그런데 막상 친구랑 어울릴 땐 불편해하거나,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거나, 작은 갈등에도 감정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 있지 않으세요?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만큼, 실제 사람과 부딪히고, 조율하고, 협력하는 경험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어요. 하지만 사회성이라는 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게 아니라, ‘같이 해보는 경험’을 통해서 길러지는 능력이에요.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협동형 예술활동이에요. 그림을 같이 그리거나, 함께 노래하거나, 서로의 움직임을 이어가는 활동을 통해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의식하고, 배려하고, 소통하게 돼요. 그 과정이 ‘놀이’처럼 자연스럽고 즐거워야 아이가 진짜 배우게 되죠. 이번 글에서는 아이가 협동 예술놀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5가지 중요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소개할게요. 단순한 표현 활동을 넘어, 사회성 발달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시간이 어떤 모습인지 같이 살펴보면 좋겠어요.
1. 함께 그리는 과정 속에서 ‘배려’를 배우게 돼요.
협동 미술활동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집단 벽화 그리기예요.
한 장의 큰 종이를 여러 명이 나눠 그리고 색칠해야 하는데, 아이마다 원하는 게 다르고, 그림의 크기나 위치에 대한 의견도 달라요.
처음에는 서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거기 내 자리야!”, “그거 내가 하려고 했는데!” 같은 말이 튀어나오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갈등을 경험하면서 아이는 조금씩 타인의 공간과 생각을 인식하게 돼요.
자연스럽게 “너 여기 먼저 해”, “나는 이쪽 끝에 할게” 같은 양보와 조율의 말이 나오죠.
이건 누가 가르쳐줘서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부딪히고 해보면서 배려가 행동으로 나오는 경험이에요.
예술이라는 틀 안에선 실수해도 괜찮고, 완성도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더 편하게 표현하고 양보할 수 있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배려를 배운다"는 건 말로 가르치기 어려운 가치가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거예요.
2. 역할을 나누면서 책임감과 집중력이 자라요.
음악놀이에서 간단한 합주를 한다고 해볼게요.
누군가는 북을 치고, 누군가는 손뼉을 치고, 누군가는 노래를 불러야 하나의 리듬이 완성돼요.
이때 아이들은 각자 맡은 역할을 기억하고, 자기 타이밍에 맞게 반응해야 해요. 이건 단순히 소리만 내는 놀이가 아니에요.
“내가 맡은 걸 내가 해내야 전체가 완성된다”는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자극하는 활동이에요.
그리고 그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중력도 필요하죠. 또 다른 예로, 협동으로 인형극을 준비한다고 해보면 아이는 '배경 그리는 역할', '캐릭터 움직이는 역할', '음향 효과 맡는 역할'로 나뉠 수 있어요.
아이 입장에서 보면 단순한 놀이지만, 그 속에 사회적 역할 인식, 조직 속 나의 위치 이해, 자기 행동 조절이라는 고차원적 사회성 학습이 포함돼 있는 거예요. 집단 속에서 내 역할을 인식하고, 끝까지 해보는 경험은 아이에게 큰 성취감을 주고 "나는 쓸모 있는 존재야"라는 자기효능감을 심어줄 수 있어요.
3. 감정 표현이 부드러워지고, 공감 능력이 자라요.
예술활동은 원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최적인 도구예요. 하지만 협동형 예술활동은 단지 '내 감정'을 넘어서 상대의 감정까지 함께 느끼는 기회를 제공해요. 예를 들어, 친구가 그린 그림을 보고 “이건 왜 까만색이야?”라고 묻는 장면이 있어요.
아이의 질문에 친구가 “화가 났거든”이라고 대답하는 순간, 아이는 타인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첫 걸음을 딛게 돼요.
또는 음악놀이에서 “이 리듬은 신나는 것 같아!”, “이건 슬픈 소리야”처럼 각자의 느낌을 말하며 공유하면, 서로의 정서 상태를 눈치채고 표현하는 능력, 즉 공감 능력이 자라요. 이건 교과서로 배우는 감정 어휘보다 훨씬 강력한 정서교육이에요.
특히 감정을 잘 말하지 못하는 아이도 소리나 그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에, 예술이 감정 언어의 통로가 되고, 협동은 그 통로를 서로에게 연결해주는 다리가 돼요.
4. 자기조절력과 기다림을 배워요.
아이들은 대부분 ‘먼저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요. 그런데 협동형 예술활동은 ‘순서’와 ‘타이밍’을 자연스럽게 익혀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하나의 합주에서 북을 칠 차례를 기다려야 하거나, 벽화를 그릴 때 친구가 먼저 색을 다 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어요.
이런 상황은 아이에게 자기 욕구를 조절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훈련이 되죠.
처음에는 차례를 지키지 못하거나 실수할 수 있어요. 그럴 때 “너 지금 아니야”라고 혼내기보다는 “지금은 ㅇㅇ차례야, 다음은 너야”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점점 순서를 인식하고 기다리는 능력을 키워요.
기다림은 단지 차례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기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에요. 예술활동처럼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활동에서 아이는 실패 없이 자연스럽게 자기조절을 배울 수 있어요.
5. 성공보다 ‘과정의 즐거움’을 배우게 돼요.
대부분의 활동은 결과가 좋으면 칭찬받고, 실패하면 실망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하지만 협동 예술놀이에선 결과보다 함께 만든 시간 자체의 경험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4명이 만든 그림이 엉성해도,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도우며 웃었던 과정이 아이에게는 훨씬 더 크게 남아요.
“이건 내가 색칠했어”, “그건 네가 했지?” 같은 대화를 하면서 공동의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게 되고, 이건 친구와의 관계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토대가 돼요.
아이는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게 즐겁다”, “혼자보단 같이 하면 더 재밌다”는 감각을 갖게 되고, 이건 협력 중심의 건강한 사회성 발달의 핵심 조건이에요. 혼자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함께 잘할 수 있는 아이 바로 협동 예술활동이 길러주는 진짜 성장의 모습이에요.
아이의 사회성을 키운다는 건 단순히 또래 관계만 잘하라는 게 아니에요.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역할을 이해하고, 기다릴 수 있는 힘. 이 모든 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 능력이에요. 그리고 그 힘은 혼내거나 가르쳐서 생기는 게 아니라, 함께 해보는 즐거운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라요.
협동 예술놀이는 아이에게 그런 경험을 만들어줘요. 그림 한 장, 노래 한 소절, 손뼉 몇 번이 쌓여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몸으로 익히게 해줘요.
오늘 아이와 함께 작은 협동 예술놀이 하나만 시도해보세요.
그 순간이, 아이 사회성의 출발점이 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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