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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예술교육

예술로 조절하는 아이, ADHD와의 부드러운 연결법

by 앙버스 2025. 5. 14.

ADHD는 단순히 산만하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아이의 뇌는 늘 자극을 찾아다니고, 집중이 흩어지며,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그래서 부모나 교사 입장에서는 “기다려야 해”, “그만해”, “조용히 해”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죠. 그런데 아이는 멈추고 싶어도 스스로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아요.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고, 몸이 먼저 움직이고, 그 후에 후회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요.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도 상처를 받게 되고, 주변 어른들도 지쳐가는 악순환이 생기게 되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고민해요. “이 아이에게 약물치료가 필요할까?”, “조금 더 자연스럽고 아이에게 맞는 접근법은 없을까?” 이럴 때 주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예술활동이에요.

예술은 정해진 답이 없고, 실패라는 개념도 없어요. 색을 칠하고, 손으로 만들고, 소리를 내고, 몸을 움직이는 모든 과정에서 아이는 스스로를 표현하고 조절하는 경험을 하게 돼요. 특히 ADHD 아이들에게는 이 ‘비언어적 표현’이 정서적 안정과 자기통제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지금부터는 ADHD 아동에게 예술활동이 줄 수 있는 다섯 가지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이건 치료가 아닌, 아이에게 ‘편안하고 자유로운 훈련의 시간’이 될 수 있어요.

예술로 조절하는 아이, ADHD와의 부드러운 연결법

1. 감정을 말 대신 색과 소리로 표현하게 돼요.

ADHD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정리하고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요. 화가 나거나 억울하거나 슬픈 감정이 있어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기보다 행동으로 먼저 반응하게 되죠. 예를 들어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큰 소리를 내고 도망치는 식의 반응이 먼저 나올 수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미술활동이나 음악활동은 감정을 부드럽게 해소하고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되어줘요. 아이가 크레파스로 검은색을 반복해서 문지른다든지, 북을 세게 두드리는 식의 활동이 처음엔 단순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면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말보다 먼저 나오는 감정의 움직임을 그림과 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아이는 억압이나 폭발이 아닌 ‘흘러가는 감정의 경험’을 하게 되는 거예요.

2. 충동을 기다림으로 바꾸는 반복 훈련이 가능해요.

ADHD 아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기다리는 힘’이에요. 지금 하고 싶은 걸 당장 해야 하고, 말이 떠오르면 그 순간 바로 해야 하며, 잠깐도 멈추는 게 어렵죠. 그런데 예술활동, 특히 리듬 기반 음악놀이나 협동 미술에서는 자연스럽게 ‘순서’와 ‘기다림’의 구조가 생겨요. 예를 들어 합주 활동에서 북을 칠 차례를 기다려야 하거나, 공동작업에서 상대가 색칠을 마칠 때까지 순서를 지켜야 할 때, 아이는 처음엔 조급해하지만 반복하면서 조금씩 인내력을 키우게 돼요. 이건 억지로 참으라고 시키는 훈련이 아니에요. 놀이와 예술의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충동을 조절해보는 경험이 되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아이는 충동을 ‘멈출 수 있는 힘’으로 바꿔가는 작은 성공 경험을 얻게 돼요.

3.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서 신체 긴장이 낮아져요.

ADHD 아이들은 늘 몸이 바쁘고, 근육이 긴장되어 있거나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반응은 더 커지기도 하죠. 이때 손을 사용하는 미술활동이나 반복적인 리듬운동은 신체를 이완시키고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아이가 찰흙을 조물거리고, 물감을 반복해서 섞고, 손으로 문지르며 그림을 채워가는 동작들은 단순한 미세운동을 넘어서서 ‘신경계 안정’을 돕는 감각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음악의 일정한 비트나 몸을 활용한 박자 맞추기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활동을 하면서 아이의 호흡이 느려지고, 몸의 긴장이 조금씩 낮아지면 그만큼 정서도 차분해지고 충동도 줄어들 수 있어요.

4.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면서 성취감을 느껴요.

ADHD 아동은 실패 경험에 민감해요. 잘하려고 했지만 실수하거나 지적받으면 금세 좌절하거나 “안 해!”라고 외치며 포기하려고 하죠. 이건 단순히 인내심 부족이 아니라, 반복된 실패에 대한 방어 반응일 수 있어요. 예술활동은 이 부분에서 아이에게 ‘다르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줘요. 그림이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음정이 틀려도 괜찮으며, 내가 표현한 것 그 자체가 인정받는 경험을 하게 돼요. 이건 “너 정말 잘했어!”처럼 외부의 칭찬보다 더 중요한 내적 만족감으로 연결돼요. 내가 원하는 걸 표현했고, 누군가 그것을 그대로 봐줬다는 경험은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다’는 감각을 심어줘요. 이건 장기적으로 자기조절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반이 돼요.

5. 관계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연결돼요.

ADHD 아이들은 친구 관계나 어른과의 관계에서도 오해를 많이 받아요. 장난으로 한 행동이 과해지고, 갑자기 나오는 말이나 터치 때문에 ‘문제아’로 인식되기 쉬워요. 그런데 예술활동은 말 없이도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요. 함께 그리거나 소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평가나 통제가 아닌, ‘함께하는 경험’이 쌓여요. 아이는 “내가 튀지 않고도 연결될 수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되죠. 특히 음악이나 미술 활동 중에 어른이 아이의 감정 흐름을 따라가주고, 반응을 맞춰줄 때 생기는 그 ‘공감의 순간’이 아이에게 큰 힘이 돼요. 예술을 매개로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아이는 자기 행동을 조금씩 조절해보려는 동기를 갖게 되고, 그건 결국 자기조절력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ADHD 아이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통제나 지시는 아니에요. 감정을 알아차리고, 충동을 천천히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전한 환경이에요. 예술활동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어요. 크레파스를 쥐고 마음껏 색을 칠하고, 손으로 소리를 만들고, 몸으로 리듬을 따라가며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돼요. 이건 수치로 측정되지는 않지만, 아이 안에서 분명히 일어나는 ‘내면의 훈련’이에요. 약물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의 마음과 연결되는 방식이 있다면, 그것이 예술이라면, 우리는 그 힘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요? 예술은 아이를 고치지 않아요. 아이 스스로 자신을 조절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길을 열어줘요. 그리고 그 길이 조절 능력에 대한 시작점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