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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예술교육

우리 아이를 오해하고 있었던 순간들

by 앙버스 2025. 5. 14.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때로는 그 판단이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닫게 만들기도 해요. 말이나 행동만 보고 성향을 단정 지을 때, 중요한 신호를 놓치게 되죠. 아이의 기질은 보이는 모습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이해되어야 해요. 부모들이 흔하게 할 수 있는 우리 아이의 성향 해석 오해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해요.

우리 아이를 오해하고 있었던 순간들

 

내향적인 아이를 ‘자신감 없다’고 오해할 때

아이가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인사도 잘 안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말이 적거나 조용한 편일 때 많은 부모는 불안함을 느껴요. “자신감이 부족한 건 아닐까?”, “너무 위축된 성격 아니야?” 같은 걱정이 생기죠. 하지만 이런 반응은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내향적인 기질**일 수 있어요. 내향형 아이는 외부 자극에 예민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머릿속에서 충분히 정리한 후 말로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타고난 방식이 ‘안으로 처리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말이 없다고 해서 불편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안정된 환경에선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이죠. 이런 아이에게 “좀 더 활발하게 해봐” 같은 말은 본인에겐 큰 압박이 될 수 있어요. 필요한 건 억지 표현이 아니라, 조용한 방식도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경험이에요. 부모가 할 일은 아이의 반응 속도를 기다려주는 거예요. 혼자 놀고 싶어 한다면 억지로 친구들과 어울리게 하기보다, 소규모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해주는 게 좋아요.

감정이 풍부한 아이를 ‘과장한다’고 판단하는 실수

아이의 감정 기복이 크고, 때로는 작은 일에도 눈물을 보이거나 기뻐서 뛰는 모습을 보면 많은 부모가 “왜 저렇게 유난스러울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해요. 하지만 이건 아이가 **감정을 잘 느끼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성향**이라는 뜻일 수 있어요. 감정이 풍부한 아이는 소리, 색, 표정 같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험을 그대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요. 오히려 그 감정 에너지가 예술활동이나 이야기 구성, 공감적 소통으로 발전하면 놀라운 창의성과 감성지능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중요한 건 이런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오버한다’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네가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 하고 인정해주는 자세예요. 감정 표현이 잘 되는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될 가능성도 높아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나중에 더 건강하게 갈등을 조율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을 수 있어요.

규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이를 ‘고집 세다’고 단정하는 경우

일정한 루틴을 반복하거나, 새로운 방식보다는 익숙한 흐름을 고수하는 아이를 보면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 “왜 꼭 이 순서대로만 하려 해?” 하고 불만이 생기기도 해요. 그런데 이런 아이는 ‘질서 기반 안정 추구형’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 아이들에게는 예측 가능성과 반복이 편안함을 줘요. 갑작스러운 변화는 불안을 유발하고, 불안은 감정적 저항으로 드러나죠. 예를 들어 미술활동을 할 때도 항상 먼저 배경을 그리고 나서 인물을 그리는 등 스스로 만든 순서를 지키려고 해요. 이건 창의성이 없는 게 아니라, **구조 안에서 창의성을 표현하고 싶은 기질**일 뿐이에요. 이런 아이에게 “좀 다르게 해봐”라고 유도하기보다는, 기존 방식을 인정한 후 조금씩 확장해가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에요. 예: “이번엔 배경을 맨 나중에 넣어보는 건 어때?” 같은 제안은 강요가 아니라 새로운 탐색의 기회로 다가가요. 부모의 관점 전환이 필요해요 — 고집이 아니라 ‘질서감각’일 수 있어요.

몸을 많이 움직이는 아이를 ‘산만하다’고 판단할 때

수업 시간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거나, 놀이 중에도 계속 움직이며 말하는 아이는 “주의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ADHD일지도 몰라” 같은 우려를 불러일으켜요. 물론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활동성이 높은 아이라면 그 자체로 **정상적인 성향**이에요. 활동형 아이는 시청각 자극보다 **신체 감각 자극**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에요. 머리로 생각하기보다는 몸으로 움직이며 체득하는 걸 더 편하게 느끼죠. 예술교육에서도 이런 아이는 손보다 온몸을 사용하는 미술, 움직임 기반의 음악놀이에 잘 반응해요. 이런 아이를 억지로 가만히 있게 하거나, “산만하니까 집중해!”라고 하면 오히려 불안과 저항이 커져요. 오히려 수업 전 5분 정도 스트레칭, 리듬 놀이, 바닥 걷기 같은 활동을 하면 아이는 정서가 안정되고 집중도가 오르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가 활동을 제한하기보다, **움직이면서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해주는 시선이 필요해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를 ‘외톨이’라고 여기는 실수

어떤 아이들은 또래와 함께 놀기보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 블록을 쌓거나 책을 읽는 걸 선호해요. 이런 모습을 보면 “얘는 사회성이 부족한 거 아냐?”, “밖에 나가서도 친구 안 사귀면 어떡하지?” 같은 불안이 생기죠. 하지만 혼자 놀기를 즐기는 건 반드시 부정적인 신호가 아니에요. **에너지 회복 방식의 차이**일 수 있어요. 외향적인 아이는 사람과 어울리는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고, 내향적인 아이는 조용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스스로 충전해요. 특히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일수록 혼자 노는 시간이 창의적 몰입으로 이어져요. 이 아이들은 감정 표현이 적지만, 내면에서 이야기나 그림, 감각적 이미지로 표현이 진행되고 있어요. 억지로 친구들과 함께 놀게 하면 오히려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죠. 중요한 건 아이가 혼자 노는 걸 ‘즐기는지’ 여부예요. 회피가 아니라 선택이라면, 그 시간은 아이에게 소중한 감정 정리와 자기표현의 시간이 될 수 있어요.

부모의 틀로 성향을 해석할 때 생기는 오해들

가장 흔한 실수는 아이를 부모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하려는 태도예요. “나는 이럴 때 이렇게 했는데 왜 얘는 달라?”, “나 같으면 벌써 끝냈을 텐데 왜 이렇게 느릴까?” 하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아이는 ‘나의 연장’이 아니라 ‘완전히 독립된 기질과 속도’를 가진 존재예요. 아이의 성향을 오해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아이를 이해하려고 듣기보다, 기대에 맞게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돼요. 성향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세상을 받아들이는 기본적인 방식이에요. 행동 그 자체보다 행동의 **이유와 반응 방식**을 이해하려는 시선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면 “왜 울어?”보다는 “지금 불편했던 게 있었을까?”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그 아이를 진짜 이해하는 첫걸음이에요. 성향은 관찰과 기다림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고, 부모의 해석이 아닌 아이의 표현을 통해 정의되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