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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예술교육

아이의 감정 어휘를 키우는 미술놀이 방법: 그림으로 마음을 말하게 하자

by 앙버스 2025. 5. 26.

감정 어휘는 정서 지능의 시작이다

감정 어휘란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기분이 나빠”가 아니라, “속상해”, “억울해”, “당황했어”처럼 감정 상태를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적 역량이다. 이 능력은 단지 말을 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감정을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아이는 타인과의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억누르거나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대신, 말로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감정 어휘가 풍부하다는 연구는 수없이 많다. 미국 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는 유아기의 감정 어휘 수준이 사회성, 공감 능력, 자존감 형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어릴 때부터 감정을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하는 훈련은 평생을 좌우하는 정서적 토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유아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감정을 오해받거나, 부정적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짜증나” 한 마디에 다양한 감정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데, 그 감정을 구체화할 수 없다면 아이는 자신도 자신의 상태를 잘 모르고, 주변 어른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감정 어휘의 부족은 아이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창을 닫아버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에게 감정 어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아이의 감정 어휘를 키우는 미술놀이 방법: 그림으로 마음을 말하게 하자

미술놀이는 아이의 감정을 언어로 연결하는 다리다

미술은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있어 가장 효과적인 표현 수단이다. 그림, 색, 형태는 말보다 먼저 나타나는 감정의 언어이며, 유아의 표현 욕구와 감정 상태가 그대로 투영된다. 아이가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색을 고르며, 자신도 몰랐던 감정을 밖으로 꺼내보는 이 과정은 단순한 창작 활동이 아니라 심리적 해방이자 감정 탐색의 시작이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검은 배경에 빨간 선을 강하게 그리는 그림을 그렸다면, 그 그림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분노, 불안, 스트레스를 표현한 것일 수 있다. 반대로 부드럽고 둥근 모양에 밝은 색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아이는 평온함이나 안정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어른이 그 그림을 보고 “무슨 생각으로 그렸을까?”, “이건 어떤 기분이었어?”라고 물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되짚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감정 어휘의 확장이 시작된다. “무서웠어”라는 단어를 몰랐던 아이는 “이럴 땐 무서웠다고 말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듣고, 그것을 자신의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미술은 감정 표현과 어휘 학습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하고,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감정 어휘’를 체득한다. 이것이 바로 미술놀이가 감정 교육 도구로서 갖는 힘이다.

감정 어휘 확장을 위한 미술놀이 실전 방법

실제로 가정이나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감정 어휘 확장 미술놀이’는 다음과 같이 구성할 수 있다. 핵심은 놀이를 통해 아이가 감정을 인식하고, 그 감정을 표현한 후, 관련된 감정 단어를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① 감정 색 매칭 활동
색깔과 감정을 연결시켜 아이가 색을 통해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도록 유도한다. “기쁠 땐 무슨 색이 떠올라?”, “화가 날 땐 어떤 색일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가 색과 감정을 연결하게 하고, 그 색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보게 한다. 이후 “이건 기뻐서 그린 거야?”, “기쁠 땐 이렇게 말할 수 있어. 기쁘다, 신난다, 즐겁다”처럼 다양한 어휘를 자연스럽게 제시해준다. ② 감정 이야기 그리기
‘오늘 가장 기뻤던 일’, ‘속상했던 일’, ‘무서웠던 순간’ 등 감정을 중심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림을 설명하면서 감정 단어를 반복 연습한다. 이 활동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감정 어휘로 구체화하는 훈련이다.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모나 교사는 “그땐 놀랐구나”, “아, 그래서 속상했겠네” 같은 반응으로 공감과 어휘 자극을 함께 줄 수 있다. ③ 감정 어휘 보드 만들기
아이와 함께 다양한 감정 단어를 그림과 함께 만든 보드를 제작해보자. 감정 단어와 대응하는 표정, 색, 행동 등을 연결해 시각적으로 구성하면 아이는 감정을 더 쉽게 기억하고 인지하게 된다. “지금 어떤 기분이야?”라는 질문에 감정 보드를 보며 선택하는 훈련을 반복하면, 실제 상황에서 감정 언어를 사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놀이들은 교실에서도 가정에서도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고, 반복할수록 감정 인식과 표현 능력을 확실히 끌어올릴 수 있다.

부모와 교사의 태도가 감정 어휘 확장의 핵심이다

미술놀이를 통해 감정 어휘를 넓히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이의 표현을 대하는 ‘어른의 반응’이다. 부모나 교사가 “이게 무슨 그림이야?”, “왜 이런 색만 써?”라는 식의 판단이나 평가를 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점점 감정 표현에 소극적이 된다. 미술놀이를 감정 교육으로 연결하고 싶다면, 결과보다 표현 그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가 먼저다. 아이의 그림을 보고 “이건 무슨 기분이었을까?”, “이 색을 보니까 슬펐을지도 모르겠네”처럼 열린 질문을 던지고, 감정 어휘를 제시하되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사용한 어휘를 되풀이해서 말해주면 언어 내면화 효과는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무서웠어”라고 말한 아이에게 “무서웠구나, 그래서 이렇게 어두운 색을 골랐구나”라고 말해주는 식이다. 또한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칭찬과 공감을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잘 그렸다”는 외형적 칭찬보다, “네 마음을 그림으로 보여줘서 고마워”라는 말은 아이에게 감정 표현의 가치를 알려주는 진짜 코칭이다. 이런 피드백은 아이에게 “감정을 말해도 되는구나”라는 안전감을 심어주고, 다양한 감정을 점점 더 세분화하여 표현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감정 어휘는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배우는 언어’다. 미술놀이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탐색하고, 자연스럽게 언어화하는 경험을 만들어준다. 그 과정을 존중하고 함께 걸어주는 어른의 존재는 아이의 정서 발달에 있어서 가장 큰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