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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예술교육

아이의 공감력을 키우는 미술교육: 감정을 나누는 첫걸음

by 앙버스 2025. 5. 27.

공감 능력, 아이에게 꼭 필요한 사회적 기술이다

아이의 공감력을 키우는 미술교육: 감정을 나누는 첫걸음

공감 능력이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특히 유아기에는 또래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공감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만 3~6세의 아이들은 처음으로 또래와의 갈등, 협력, 감정 교류를 본격적으로 경험하는 시기이며, 이 시기에 공감 능력이 잘 발달되면 사회성과 정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유아는 아직 자신과 타인을 명확히 구분하거나, 감정을 언어로 정확히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누군가 울고 있어도 “왜 울지?”라고 묻기보다는 피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이는 공감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공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감은 선천적이기보다, 학습되고 확장되는 정서적 기술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아이가 공감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을까?”이다.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미술놀이’다. 미술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미술놀이 안에서는 평가나 정답이 없기 때문에, 아이는 부담 없이 자신과 타인을 마주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미술놀이는 공감 능력을 키우는 비언어적 훈련이다

미술놀이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외부로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도구다. 동시에 다른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그 감정을 추측하고 반응하는 과정에서 공감 능력이 자연스럽게 훈련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어두운 색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을 때, 교사가 “이 친구는 무슨 기분일까?”라고 질문하면, 아이는 색과 표현을 해석하며 타인의 감정을 상상해보게 된다. 이처럼 미술은 타인의 감정 상태를 시각적으로 파악하고, 언어로 해석하는 통합적인 공감 훈련이 된다. 또한 협동 미술 활동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사회적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두 명 이상의 아이가 함께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릴 때, 서로의 아이디어를 조율하고, 의견을 나누고, 양보하고, 감정을 나누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동시에 고려하는 법을 가르치며, 공감 능력을 자극하는 가장 현실적인 교육 장면이다. 특히 역할극을 포함한 감정 그리기 활동(예: “화난 친구의 얼굴 그리기”, “슬픈 날의 장면 그리기”)은 아이가 다양한 감정 상태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그 감정에 공감하는 연습을 가능하게 한다. 미술은 표현의 도구이자 타인 이해의 매개체로서,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을 연결해주는 ‘공감의 통로’다.

공감력을 키우는 미술놀이 실전 방법 3가지

유아의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실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미술놀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중요한 것은 활동의 ‘결과’보다 아이가 어떤 감정 상태를 경험하고 타인의 감정을 어떻게 이해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1. 감정 교환 그림 편지
아이들이 서로의 기분을 그림으로 표현해 편지를 주고받도록 한다. 한 아이가 “오늘 기분이 어땠는지” 그림으로 그리고, 친구는 그 그림을 보고 “그랬구나”라는 반응의 그림을 다시 그려주는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친구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는 감정 표현을 고민하게 된다. 이는 공감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이자, 감정 반응의 연습이 된다.
2. 친구 얼굴 감정 색칠하기
같은 얼굴 도안을 여러 장 복사한 뒤, “기쁠 때 얼굴”, “슬플 때 얼굴”, “화난 얼굴” 등 감정에 맞게 색을 선택하여 칠하게 한다. 그런 다음 “왜 이 색을 썼어?”, “이 표정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라고 질문하며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이 활동은 감정 표현의 다양성을 인식하게 하고, 타인의 감정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3. 협동 스토리 미술
여러 아이가 함께 한 이야기(예: 동화, 짧은 상황극 등)를 듣고, 그 장면을 나눠서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이후 그림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책으로 만들며, 서로의 그림을 보고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게 한다. 이때 “이 친구는 어떤 장면을 그렸을까?”, “이 장면에서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같은 질문을 통해 감정에 대한 상호 이해가 이루어진다. 이런 활동들을 반복하면서 아이는 단순히 친구와 어울리는 수준을 넘어, 타인의 마음을 느끼고 이해하는 진짜 공감의 기초를 익히게 된다.

공감을 가르치는 어른의 말과 태도가 중요하다

미술놀이는 공감 능력 발달에 효과적이지만, 그것을 진짜 교육으로 연결시키는 핵심은 ‘어른의 반응’이다. 아이가 친구의 그림을 보고 감정에 대해 말할 때, 부모나 교사가 “맞아, 그럴 수 있어”, “너도 그렇게 느낀 적 있지?”라고 공감하며 반응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아이의 감정 반응을 인정받고 존중받는 경험은 ‘공감이란 따뜻한 것’이라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아이들이 갈등을 겪을 때도 미술은 중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서운했던 일을 그림으로 표현해볼까?”, “그림을 보고 친구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라고 물으면, 아이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상대방도 그 감정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사과나 훈계보다 더 깊은 이해와 회복을 만들어낸다. 또한 어른이 먼저 감정을 표현하고 미술놀이에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선생님도 오늘은 조금 긴장됐어. 그래서 파란색을 많이 썼어” 같은 말은 아이에게 감정 표현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감정 공유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감정은 표현하고 공감할수록 풍부해지고, 미술은 그것을 가장 쉽게 해주는 도구다. 아이의 공감 능력은 자연적으로 자라지 않는다. 어른의 존중, 질문, 경청, 피드백 속에서 자라고, 미술놀이라는 따뜻한 공간에서 뿌리를 내린다. 아이가 그린 그림 안에는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작은 씨앗이 숨어 있다. 그 씨앗을 키워주는 건,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