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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예술교육

감각이 예술을 만났을 때, 유아기의 오감 기반 창의력 교육

by 앙버스 2025. 5. 29.

감각이 예술을 만났을 때, 유아기의 오감 기반 창의력 교육

‘왜 이걸 만지고 싶어 할까?’에서 시작된 질문 하나

작은 손이 거친 천 조각을 집어들고 조심스럽게 비벼보는 모습. 아무런 설명도 없었지만, 그 순간 아이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였어요. 우리는 종종 아이에게 “무엇을 만들었니?”라고 묻지만, 유아에게 중요한 건 ‘무엇을 느꼈는가’예요. 유아기는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 오감이 그대로 학습 도구가 되는 시기예요. 그 감각들은 단순히 정보를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의 뇌를 확장시키는 재료가 돼요. 예술 활동은 그런 감각을 표현하고 연결시키는 최고의 매개체죠. 감각이 예술을 만났을 때, 아이의 두뇌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돼요. 오감을 활용한 예술놀이는 언어보다 먼저 세상을 이해하는 아이들에게 ‘표현’이라는 세계를 열어줘요.

창의성은 감각에서 피어나는 연결의 기술이에요

창의력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연결하는 능력’이에요. 그리고 그 시작은 감각이에요. 색을 보며 냄새를 떠올리고, 소리를 들으며 움직임을 상상하는 아이의 감각 체계는, 이미 예술가의 뇌 구조와 다르지 않아요. 이처럼 오감은 창의적 사고의 출발선이자, 감정과 인지를 연결하는 다리예요. 유아기에는 감각 간 경계가 유연해서, 청각 자극이 시각 자극과 연결되고, 촉각 자극이 감정 표현으로 확장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요. 예를 들어 음악을 들으며 손끝으로 그리는 그림은 청각–운동–시각의 융합을 만들어내죠. 이런 복합 감각 경험은 뇌를 자극하는 '복잡 연결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창의성의 핵심인 융합 사고 능력을 기르게 돼요. 즉, 아이의 감각이 살아날수록, 생각의 확장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거예요. 감각 기반 예술교육은 창의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라게 하는 것’이에요.

이제는 결과보다 ‘느끼는 과정’을 설계할 때예요

대부분의 교육이 결과 중심으로 설계될 때, 아이는 점점 창의성을 잃어가요. 하지만 감각 중심의 예술놀이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더욱 자유로워요. 예를 들어, 색깔이 섞이는 과정 자체를 관찰하게 하거나, 소리의 진동을 손바닥으로 느끼게 하거나, 차가운 젤리 물감을 손끝으로 눌러보고 그 촉감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해보세요. 이건 정답을 찾는 활동이 아니라, 감각의 탐색을 기반으로 한 ‘과정 중심 학습’이에요. 또한 감각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해요. “이 촉감은 기분이 어땠어?” “이 음악은 어떤 색 같아?”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아이는 감각을 통해 내면을 바라보게 되고, 스스로를 표현할 언어가 자라게 돼요. 중요한 건, 어른이 그 과정을 인정하고 함께 감탄해주는 자세예요. 감각을 느끼고, 그걸 표현하며, 그것을 누군가가 ‘잘 봐주는 경험’. 이건 창의성뿐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줘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오감 예술 활동 몇 가지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면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활동은 복잡하지 않아요. 생활 속 재료와 음악, 그리고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해요.
1. 음악 촉감 산책 부드러운 음악을 틀고, 아이가 집 안을 걸으며 다양한 촉감 재료(양털, 고무, 나무, 차가운 금속 등)를 만져보게 해보세요. “이 소리는 이 촉감이랑 어울릴까?” 같은 질문으로 감각을 연결하는 놀이로 발전시켜요.
2. 맛과 냄새로 그리기 딸기 향, 민트 향 등을 활용해 냄새 나는 물감을 만들어보고, 그 향을 맡으며 그림을 그려요. “이 냄새는 무슨 색일까?” 라고 물으면, 감정과 감각이 자연스럽게 연결돼요.
3. 감정 촉각판 스펀지, 솜, 알갱이 천 등 다양한 재료를 한 판에 붙여 놓고 “기쁠 땐 어떤 느낌?” “무서울 땐 이 촉감?”처럼 감정을 촉각으로 표현하는 활동이에요. 이런 활동은 창의성뿐 아니라, 자기 이해, 감정 표현, 사회성 발달에도 큰 도움이 돼요.
4. 리듬 감각 그림책 아이와 함께 리듬 있는 음악(북소리, 발소리 등)을 틀고, 그 리듬에 맞춰 동화를 읽어줘요. 예를 들어 빠른 박자에는 짧게 읽고, 느린 음악에는 천천히 읽으며 아이가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게 해보세요. 이건 청각, 언어, 신체 감각이 동시에 작용하는 통합적 감각 놀이예요. 아이의 듣기 능력과 언어 창의성에도 큰 도움이 돼요.
5. 손끝 요리 예술 식용 가능한 재료(찹쌀가루, 바나나, 천연 색소 등)를 사용해 손으로 반죽하고, 모양을 만들며 놀아요. “이건 무슨 냄새일까?”, “이건 어떤 느낌이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촉각과 미각, 후각을 함께 자극해요. 만들어진 결과물을 함께 시식하며 감각적 표현과 만족감을 함께 경험하게 할 수 있어요. 창의성과 감각 탐색, 정서적 안정까지 도와주는 통합 놀이예요.

창의력은 머리가 아닌 ‘감각’에서 시작돼요

우리는 아이의 머리를 키우기 위해 지식을 주입하지만, 사실 아이의 생각은 머리보다 손끝에서, 눈빛에서, 감정에서 시작돼요. 즉, 창의력은 생각보다 감각에 더 가까이 있어요. 유아기에 감각을 열어주고, 표현하게 하고, 그 과정을 인정해주는 것이 창의력 교육의 핵심이에요. 오감은 아이가 스스로와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고, 그 통로를 열어주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 바로 예술이에요. 이제는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감각을 경험하게 하고, 그걸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교육의 여유’가 필요해요. 엄마와 아빠가, 선생님이 먼저 감각의 눈을 뜨고, 아이의 말 없는 움직임 속에서 표현을 읽어준다면, 그 아이는 분명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표현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의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거예요. 작은 감각 하나가, 큰 생각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그 시작을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