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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예술교육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감각을 고려한 맞춤형 아동 예술교육 활동 전략

by 앙버스 2025. 6. 4.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감각을 고려한 맞춤형 아동 예술교육 활동 전략

감각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아이들

자폐 스펙트럼 아동은 감각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독특한 반응을 보인다. 감각의 민감성은 단순한 성향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과 학습, 그리고 대인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주요 특성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정형화된 교육 환경이나 활동에서 불편함을 겪는 일이 많고, 특히 예술활동에서는 감각 자극의 성격에 따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예술은 감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 조율하고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자폐 아동의 감각 반응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예술활동을 제공하면, 아이는 감각적 안정과 동시에 자기표현의 경험을 얻게 된다. 이 글은 자폐 아동의 감각 민감성을 중심으로 예술활동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전략과 실제 적용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감각 특성 이해

자폐 스펙트럼 아동은 일반 아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극을 처리한다. 일부 아동은 청각, 시각, 촉각 등에 과민 반응을 보이며, 반대로 어떤 자극에는 둔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감각 자극에 대한 반응 유형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청각 과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쾌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소리에 스트레스를 느낀다.
2. 시각 과민: 강한 빛, 반짝임, 빠른 움직임에 과하게 자극받고 주의가 분산되거나 회피 행동을 보인다.
3. 촉각 과민: 물감, 점토, 모래 같은 재료가 피부에 닿는 것을 거부하며, 옷의 질감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4. 청각 둔감: 소리에 대한 반응이 느리거나 없는 듯 보이며, 큰 소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5. 시각 둔감: 시각적 자극에 집중하지 못하고 특정한 색이나 패턴에 과하게 집착하기도 한다.
6. 촉각 둔감: 감각 자극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끊임없이 피부를 자극하는 행동을 반복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각 프로파일은 아동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예술활동을 구성할 때는 ‘아이의 감각 상태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며, 반응을 억지로 교정하려 하지 않고 조율과 적응을 목표로 해야 한다.

감각 유형별 예술활동 설계 전략

자폐 아동의 감각 반응에 따른 맞춤형 예술활동 전략은 감각 유형을 고려해 설계되어야 한다. 각 유형에 따라 활동 재료, 방법, 환경을 세심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1. 청각 과민 아동을 위한 전략 - 활동 공간의 소음을 줄이고, 음악이 있는 활동은 소리를 낮추거나 없애는 방식을 고려한다. - 이어폰을 통한 개별 청취, 혹은 음향을 제거한 리듬 시각화 활동(예: 리듬 카드, 무음 동작 따라하기)을 활용한다. - 북이나 테이블 두드리기와 같은 자기주도적 소리 만들기 활동은 통제감을 부여한다. 2. 시각 과민 아동을 위한 전략 - 형광등 대신 간접 조명이나 자연광 사용을 권장하며, 시각 자극이 많은 환경은 피해야 한다. - 파스텔 색조의 재료와 배경, 시각적 정보가 단순한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 - 그림자 놀이, 선 따라 그리기, 어두운 배경에 단색 드로잉 같은 활동이 안정감을 준다. 3. 촉각 과민 아동을 위한 전략 - 손에 직접 재료가 묻지 않도록 도구(붓, 롤러, 장갑)를 활용한다. - 점차적으로 감각 범위를 넓혀가며, 스티커, 색연필, 종이 콜라주 → 천, 펠트 → 점토, 물감 등 순서로 구성한다. - 촉각 자극에 대해 선택권을 제공하며, 억지 사용은 금지한다. 4. 감각 둔감 아동을 위한 전략 - 다양한 질감의 재료를 활용하여 감각 인식을 자극한다. - 색이 강한 재료, 진동이 느껴지는 악기, 울퉁불퉁한 표면 등으로 촉각과 시각 자극을 강화한다. - 반복적인 리듬 동작과 큰 움직임을 동반한 활동을 통해 감각 참여를 유도한다.

실제 적용 가능한 감각 기반 예술활동 예시

다음은 자폐 아동의 감각 특성을 고려하여 실제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감각 기반 예술활동 예시이다. 감정 색칠하기 아동에게 감정 단어를 제시하지 않고, 오늘의 느낌을 색으로 표현하게 한다. 색 선택은 자유롭게 하고, 완성 후 어떤 느낌인지 질문하며 감정 언어로 연결한다. 시각적 안정이 필요한 아동에게는 제한된 색상 팔레트를 제시한다. 감각 탐색 상자 여러 질감의 재료(모래, 구슬, 천 조각, 미세한 점토)를 넣은 상자를 제공하여 아동이 자발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한다. 좋아하는 재료를 찾은 후 그 재료를 활용한 창작활동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리듬 몸 따라 그리기 소리 없이 리듬 카드를 보고 동작을 따라하거나, 리듬에 따라 선을 그리게 하는 활동이다. 시각 또는 청각 과민이 있는 아동에게 비언어적 리듬 경험을 제공하며, 청각 둔감 아동에게는 실제 소리를 활용해 큰 동작으로 표현하게 한다. 촉감 콜라주 만들기 부드러운 천, 단단한 종이, 오돌토돌한 스펀지 등 다양한 재질을 준비하여 아동이 선택한 재료로 콜라주를 구성하게 한다. 선택 과정을 통해 자기감각을 인식하고, 작품을 구성하며 자기표현의 기회를 갖는다. 조명 그림자 드로잉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미술 활동으로, 직접적인 시각 자극이 아닌 간접적인 시각 경험을 통해 안정감을 제공한다. 벽에 비친 그림자 형태를 따라 그리거나, 그림자를 움직이며 창의적 표현을 시도할 수 있다.

아동 예술교육 활동 설계 시 유의사항

예술활동을 설계할 때는 감각 자극 외에도 아이의 감정 상태, 참여 의지, 환경 적응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음은 실천 현장에서 중요한 유의사항들이다. 1. 활동을 시작하기 전, 감각 자극이 포함된 재료에 대해 미리 시연하거나 사전 탐색 기회를 제공한다. 2. 아동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강요 없이 자발적 참여가 일어나도록 구성한다. 3. 활동 도중 과민 반응이나 회피 행동이 나타날 경우 즉시 중단하고, 대안을 제공한다. 4. 반복 가능한 활동 구조를 유지하되, 점차적으로 난이도나 자극을 조절해 나간다. 5. 활동 후에는 감정 확인이나 정서적 마무리 시간을 꼭 포함하여 감각의 경험을 감정 언어와 연결시킨다. 감각 민감성은 단지 특성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억제하려 하기보다, 예술을 통해 점진적으로 통합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각과 예술 사이에서 연결되는 아이의 세계

예술은 자폐 아동에게 언어 이전의 소통 방식이다. 감각은 그 아이가 세상을 느끼는 창이고, 예술은 그 감각을 안전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수단이다. 감각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다를 뿐이다. 어떤 아이는 소리에 민감하고, 어떤 아이는 손에 묻는 촉감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며, 예술은 이를 억누르지 않고 품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맞춤형 예술활동은 아이에게 자기 선택과 자기 표현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표현해도 괜찮다’는 경험이 되고, 이는 아이의 자존감과 자기조절 능력의 기초가 된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에게 예술은 치료 그 이상이다. 감각과 감정, 표현과 관계가 연결되는 하나의 세계이며, 우리는 그 세계에 조용히 들어가 아이와 만나야 한다. 아이의 감각에 귀 기울이고, 그 감각을 존중하는 순간부터 진짜 교육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