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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예술교육

말 없이 감정을 나누는 시각예술 교육법 (비언어 아동과의 예술 대화)

by 앙버스 2025. 6. 4.

말하지 않아도 표현하고 싶은 아이들

비언어 아동은 말로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표현의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상황, 느낌을 안에 품고 있기 때문에 비언어 아동은 더욱 깊은 표현 욕구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아동에게 언어를 요구하기보다는, 먼저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언ㅁ’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대안이 바로 시각예술이다. 말 대신 선과 색, 형태와 구성을 통해 아이는 세상과 소통하고, 내면의 감정을 외부로 풀어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비언어 아동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과 감정을 나누는 수단으로 시각예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룬다.

비언어 아동의 표현 특성과 시각예술의 역할

비언어 아동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 질문을 받거나 대답을 요구받을 때 스트레스를 느낀다 - 행동이나 표정으로 감정을 간접 표현한다 - 반복적이거나 상징적인 동작을 통해 정서 상태를 나타낸다 이러한 특성은 교사나 부모가 아이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준다. 그러나 말 대신 '보이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하게 하면, 아동은 말보다 자유롭게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시각예술은 언어가 요구되지 않는 표현 수단으로, 다양한 감각을 동시에 활용하며 감정, 생각, 욕구를 이미지로 치환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비언어 아동에게는 다음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 감정 명명 없이 감정을 시각화할 수 있다 - 말로 설명하지 않고도 감정을 풀어낼 수 있다 - 타인과 비교 없이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다 -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비언어 아동을 위한 시각예술 접근 전략

비언어 아동과의 예술 대화는 일반적인 미술활동과 달리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1. 선택의 폭을 좁히기 활동을 시작할 때 너무 많은 선택지를 주면 아동은 오히려 위축된다. 재료나 주제, 방법을 2~3개로 제한하고, 직접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2.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 구성 비언어 아동은 언어 피드백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작품의 결과보다 만들면서 느끼는 감각과 감정이 중요하다. 도중에 중단하거나 방향을 바꾸더라도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3. 감정을 직접 묻지 않기 “기분이 어때?”, “왜 이 색을 썼어?” 같은 질문은 아이를 위축시킬 수 있다. 대신 “이 색은 부드럽네”, “이 선이 빠르게 달려가는 것 같아”처럼 관찰 중심의 말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4. 반복 가능한 틀 제공 매 활동마다 새롭고 복잡한 형식보다는, 익숙한 틀을 반복해주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예를 들어 매주 같은 시간에 ‘감정 색칠하기’를 진행하거나, 특정 그림 형식에 색이나 질감만 바꿔 표현하게 하는 방식이다.
5. 상징적 언어 사용 존중 비언어 아동은 그림에서 사람을 그리는 대신 점, 선, 도형 등을 반복하거나, 특정 색을 반복 사용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인정해야 한다.
말 없이 감정을 나누는 시각예술 교육법 (비언어 아동과의 예술 대화)

 

<활동 예시>

다음은 실제 비언어 아동에게 효과적으로 사용된 시각예술 활동 사례들이다. 각 활동은 말 없이도 감정을 드러내고, 교사나 부모가 그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감정 색 온도 표현하기 차가운 색(파랑, 회색, 초록), 따뜻한 색(빨강, 주황, 노랑)을 나누어 놓고, 오늘의 기분을 색으로만 표현하게 한다. 표현한 후 색의 크기, 위치, 흐름 등을 관찰하여 아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손으로 하는 감각 드로잉 연필이나 붓 대신 손가락, 손바닥을 활용하여 선과 점을 찍거나 문지르게 한다. 언어 없이 감각으로만 표현하게 하며, 마치 ‘춤추듯 그리기’로 연결되기도 한다. 시각적 이야기 그리기 아이에게 질문 없이 연속된 장면을 그리게 한다. 배경이나 인물 없이 선과 형태로만 구성하더라도, 흐름을 관찰하면서 아이가 느낀 사건이나 감정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선택형 감정 도형 꾸미기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의 도형 안에 다양한 재료(점토, 천, 스티커 등)를 붙여서 감정 표현을 유도한다. 말로 감정을 묻기보다는 아동이 선호하는 감각과 질감이 어떤지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거울을 보고 나를 그리기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을 그리게 하는 활동은 감정과 자아 인식을 연결한다. 굳이 이목구비를 그리지 않아도, 얼굴 윤곽이나 색의 배치, 표정 없는 얼굴로도 아동의 정서가 드러난다.

시각예술 활동 시 주의할 점

1. 활동 도중 언어적 피드백을 최소화한다.
2. 결과물 평가를 삼가고, 오히려 완성하지 않아도 중단을 허용한다.
3. 감정 분석이나 해석을 정답처럼 제시하지 않는다.
4. 활동에 정해진 정답이나 ‘예쁜 그림’ 기준을 두지 않는다.
5. 활동 전후로 반드시 정리 시간이나 감정 정돈 활동(음악 듣기, 손 닦기 등)을 포함한다.

비언어 아동에게 예술은 경쟁이 아니라 관계이다. 따라서 활동은 ‘이해시키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만나기 위한 대화’로 설계되어야 한다.

언어 없는 예술은 아이의 마음을 듣는 문이 된다

비언어 아동과의 예술 대화는 말을 대신해 마음을 나누는 소통이다. 색으로 감정을 말하고, 선으로 이야기를 전하며, 모양으로 관계를 만든다. 언어를 통한 설명이 아니라, 시각적인 상징과 감각적인 구성으로 아동은 자신의 내면을 열 수 있게 된다. 예술은 기다림의 언어다. 빨리 말하라고 다그치지 않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아이가 그리는 선 하나, 찍는 점 하나에 감정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비언어 아동과의 예술 대화는 시작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히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는 것’이다. 감정은 분석이 아니라 공감으로 전해지며, 그 공감은 말보다 더 깊은 신뢰를 만들어낸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림으로 마음을 나누는 이 시간 자체가, 아이와 가장 따뜻한 대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