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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예술교육

눈치를 벗어난 그림: 틱장애 아동이 편안하게 표현하는 예술 치유 공간

by 앙버스 2025. 6. 8.

틱장애 아동, 표현의 순간에도 눈치를 본다

어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릴 때 자꾸 손을 멈춘다. 색을 고르며 주저하고, 다른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머뭇거린다. 특히 틱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표현의 순간에도 스스로를 검열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틀리면 어쩌지’, ‘이상하게 보일까 봐’라는 생각은 그 아이들이 그림 앞에서조차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다. 틱장애는 단순한 신체적 증상이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 감정 표현, 사회적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반복적이고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움직임이나 소리는 종종 또래 관계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아이는 점차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는 방식을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기표현은 점점 억눌리게 되고, 창의적 활동조차 아이에게 ‘부담’이 된다.

틱장애 아동이 표현을 주저하는 이유

틱 증상은 아동이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또래나 어른의 시선은 이를 '이상함', '방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는 반복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경험한다. 이 과정은 아이에게 ‘나를 표현하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이나 생각을 외부로 드러내는 행위에 대해 본능적인 위축을 보이게 된다. 말 뿐만 아니라 그림, 놀이, 신체 활동에서도 ‘시선’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표현은 창의성과 해방의 통로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긴장의 원천이 된다. 틱장애 아동에게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틱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과 평가이다. 따라서 예술활동은 단순한 창의 교육을 넘어, 아이가 안심하고 자신의 내면을 꺼낼 수 있는 치유적 공간이어야 한다.

예술이 틱장애 아동에게 주는 정서적 안전지대

예술활동은 아이에게 감정과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비언어적 출구’를 제공한다. 틱장애 아동에게 있어 말보다 선, 색, 형태는 더 안전한 표현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술은 실수를 평가하지 않고, 결과에 정답이 없으며, 표현의 이유를 묻지 않는다. 이 모든 요소는 틱장애 아동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또한 예술은 아이에게 감각 통합적 자극을 제공하여 신경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물감의 질감, 붓의 움직임, 반복되는 패턴 그리기 등의 활동은 아이의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며, 정서적 이완을 돕는다. 중요한 것은 이 예술 활동이 ‘잘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칭찬, 비교, 평가가 없는 환경일 때, 아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지 않고 밖으로 표현해볼 수 있게 된다.

비평 없는 예술 환경이 자존감을 회복시킨다

비평 없는 예술 환경은 틱장애 아동에게 매우 구체적인 심리적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다음은 그 효과를 요약한 핵심 요소들이다.
  • ① 감정 억제 감소: 표현 자체에 대한 긴장이 낮아지고, 틱 발현과 감정 반응 사이의 간격이 줄어든다.
  • ② 자기 인식 확장: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의 활동 속에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인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 ③ 사회적 안전감 회복: 타인의 반응 없이 표현해도 괜찮다는 경험은, 대인관계에서의 두려움을 낮춘다.
  • ④ 자존감 회복: ‘이렇게 해도 괜찮다’는 반복 경험은 스스로를 긍정하는 자아 개념을 형성한다.
틱장애 아동의 표현 억제는 단지 창의성의 손실이 아니라, 감정 조절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예술은 이들에게 단순한 그리기의 기쁨을 넘어, 심리적 안정과 자기 회복의 기회를 제공한다.

비평 없는 예술환경을 만드는 실천 전략

교사나 부모가 틱장애 아동을 위한 예술 공간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과정 중심 활동 설계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표현 과정’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구조로 활동을 구성한다. 2. 비교·칭찬 최소화 아이들 간의 결과물을 비교하지 않고, 잘했다는 표현보다 “이런 방식이 재밌네”, “네 생각이 보이네”와 같은 관찰형 언어를 사용한다. 3. 자율 선택 강화 도구, 색, 크기, 주제에 대한 선택을 아동에게 맡김으로써 자기 결정력을 강화하고, 틱에 대한 통제력도 일부 회복된다. 4. 감각적 자극 활용 촉각, 시각, 청각 등 감각 통합적 자극이 포함된 재료(물감, 찰흙, 파스텔 등)를 사용하면 신체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5. 반복 가능한 루틴 구성 매주 동일한 형식의 활동을 반복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면 틱 증상의 완화와 정서 안정에 긍정적이다.

실제 활동 예시: 눈치를 내려놓는 표현

1. 무의식 낙서 그리기 틱이 발생하는 순간에도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낙서’ 활동. 큰 종이에 자유롭게 선을 그리고, 이후 일부를 색칠하는 방식. 2. 빛과 그림자 드로잉 실내 조명을 활용해 아이가 손이나 물건의 그림자를 종이에 따라 그린다. 틀에 맞추지 않아도 되는 활동으로 부담을 줄이고, 몰입을 유도한다. 3. 나만의 감정 색지도 만들기 각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고, 자신만의 색 지도(예: 분노=회색, 평온=초록 등)를 만들어 저장한다. 언어 대신 색으로 감정을 다루게 하는 활동. 4. 반복 패턴 채색 활동 직선, 곡선, 원 등 반복되는 패턴을 따라 색칠하거나 그리는 활동은 틱 증상이 강한 아동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5. 음악 기반 색 감각 표현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색이나 형태를 표현하게 하는 활동. 감정과 리듬을 연결해 틱 발생을 억제하지 않고 순화시킬 수 있다.
눈치를 벗어난 그림: 틱장애 아동이 편안하게 표현하는 예술 치유 공간

교사와 부모가 해줄 수 있는 피드백 방식

틱장애 아동은 말보다 반응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따라서 그림이나 활동에 대한 피드백도 아래와 같이 조심스럽고 수용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이런 방식도 있구나”와 같이 ‘다름’을 인정하는 언어 사용 - “여기서 멈춘 것도 너의 선택일 수 있어”처럼 과정을 존중 - “이 색을 골랐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처럼 감정 연결 - 절대적으로 ‘정답’, ‘틀림’을 언급하지 않는 피드백 유지 - 아동의 틱 증상 중 발생한 흔들림도 하나의 표현으로 존중하기 부모나 교사가 이런 방식의 피드백을 꾸준히 유지할 때, 아이는 예술 안에서 ‘나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예술은 틱장애 아동에게 시선이 아닌 감정으로 다가가는 법을 가르친다

틱장애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표현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평가받지 않는 경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는 확신이다. 예술은 그 확신을 가능하게 한다. 아이가 눈치를 내려놓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 감정은 안전하게 흐르고, 억눌렸던 자기 인식은 서서히 회복된다. 예술은 아이에게 통제보다는 선택을, 정답보다는 가능성을, 비교보다는 자기를 가르쳐 준다. 완성된 그림보다 중요한 것은, 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틱장애 아동이 예술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비평 없는 표현 공간은 그 어떤 치료보다 깊은 힘을 지닌다.